영화 각본 영화 아가씨 시나리오,

스포가 많아요

영화 아가씨의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저는 영화 속 촬영지, 인테리어, 소품, 화장 등을 좋아하고 시나리오의 세밀함과 반전도 좋았지만 아가씨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좀 부족한 관객이고 독자입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당황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리뷰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미뤘어요. 그래도 처음부터 안 쓰는 것보다 대충이라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리뷰는 꽤 깁니다.

영화 각본 영화 아가씨 시나리오, 1

영화와 시나리오의 소감 차이 1. 그게 그거였구나!

영화 ‘아가씨’를 보는 내내 생각한 것은 ‘예쁘다’와 ‘무섭다’였습니다.

반전에 되게 놀라기도 했어요 아무튼 주로 감각이 바빴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서 머리가 너무 바빴어요. 소설은 잘 안 읽는데 시나리오 읽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짧고 대부분 대사인데 내용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집 딸 시나리오도 대사가 많아 빨리 진행됐지만 빨리 읽히지는 못했어요. 자꾸 예전으로 돌아가서 비교해 보기 때문입니다.

같은 장면을 1부와 2부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은 아닙니다.

해리포터처럼 앞에 나온 것이 어떻게든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확인하려고 앞뒤로 계속 왕래했기 때문이죠. 시나리오가 버리는 것도 없고 치밀하고 꼼꼼하다는 생각에 감탄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처음 숙희가 히데코를 만났을 때 자장가로 ‘새야 파랑새야’를 불러주는데, 나중에 회상 장면에서 숙희를 키워준 복순 언니가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아기를 재우는 모습이 나옵니다.

히데코가자기엄마의초상화를보여주면서숙희에게자기는어떻냐고물어보는장면이있는데,나중에아주머니가똑같은그림을어린히데코에게보여주면서자기는어떻냐고물어보는장면이있습니다.

칸즈키의 서재를 털러 가기 전에 히데코가 했던 ‘나랑 좋은 곳으로 갈래?’라는 말은 칸즈키가 히데코의 숙모를 죽인 지하실로 어린 히데코를 데려가기 전에 했던 말입니다.

백작이 책 만드는 연장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신월이 나중에 보여준다고 했지만 결국 체험…까지 시킵니다.

그밖에 담배, 아편, 줄리엣, 나무인형 등 한 번 나온 것은 거의 나중에 다시 나옵니다.

근데 제일 많이 나온 건 동그라미였어요 달, 구슬, 사탕이 여기저기에서 계속 나옵니다.

게다가 영화에서는 몰랐는데 시나리오를 보면 ‘상월(上月)’이라는 이름이 한자로 ‘상(上), 월(月)’이었어요. 숙희는 하녀에 들어갈 때 ‘옥주’라는 가명을 쓰는데, 옥주는 한자로 ‘옥, 옥’입니다.

히데코의 집에서는 옥주를 일본식으로 부르는데, 일본식 이름인 옥자는 한자로 ‘옥주’, ‘아들’입니다.

옥,아들자는네이버중국어사전에뜻이옥,방울입니다.

영화 각본 영화 아가씨 시나리오, 2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딸의 대사를 많이 이용해 작가의 말을 썼어요. 처음엔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글을 잘 쓰는 줄만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대본에 나오는 대사였어요. 이렇게 글을 잘 쓰는데 왜 각본 외에는 글 쓰는 것이 죽도록 싫다고 할까요? 에세이도 쓰면 재밌을것 같아요

영화 각본 영화 아가씨 시나리오, 3

2) 달라보이는 인물들

  • ● 백작 vs 카미즈키

원래 ‘아가씨’는 김민희, 하정우, 조진은 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본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올때는 하정우씨가 조금 싫어졌습니다.

백작을 싫어해서요.픽션인 줄 알면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저는 배역에 대한 감정이 잠시 연기자에게 옮겨져요. 근데 조진능 씨에게는 그게 아니었어요. 사실 조진능 씨가 신월이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어요. 18kg나 마른 상태로 분장까지 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신월이 뜨는 장면에서는 무서워서 눈을 잘 감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 때는 왠지 백작님이 더 싫어서 신월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본 지 6년이나 지나 시나리오를 보니 백작이 기억만큼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유일한 개그 캐릭터인데다 봉변을 당하니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부터 알고 지낸 숙희를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그리고 아마 죽이려고 했지만 ‘목적을 이루었는데 누구의 얼굴도 밝지 않다.

’ 라는 문제를 보니 적어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쩌면 히데코 몰래 숙희를 빼내는 방법을 준비해 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신월이 훨씬 나쁜 것 같습니다만, 정작 고문님은 백작에게 당하고 신월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잔인한 것은 싫지만, 그래도 신월이 아끼던 책이 부서질 만큼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 히데코

히데코가 기억보다 좀… 간사한 것 같았어요 원래 있던 하녀인 준코를 무죄로 몰아낸 뒤(덕분에 정신 병원에는 가지 않았지만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평판도 나빠진 거고, 갑자기 사라져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고 좀 둔한 아이를 구하고(그런데 왜 백작은 자물쇠도 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소매치기도 있다 도둑 집단의 일원이며,”쥐 같은 “숙진을 선택하나요? 나중에 정신 병원에 들어가고도 몰래 탈출시키려고 생각하면 너무도 백작의 편인가요.자기 대신에 정신 병원에 넣겠다는 아이디어(갑자기”화차”이 생각 납니다)을 낸 것부터가 히데 고입니다.

처음 왔을 숙진을 몰래 훔쳐보고 악몽을 꾼 체하고(정말 좀 자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희생양의 숙진 침대에 가서 자는 것도 다음 날 인사하며”고아야?”(=정신 병원에 넣어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라고 묻는 것도, 그리고 숙진이 정말 글자 읽을 수 없는지 확인할 것이라고”후지와라 히데코 백작 부인”이라고 쓴 뒤 너의 이름(=후 정신 병원에 갇힐 때 사용할 이름)도 숙진이 아가씨처럼 하면 나중에 히데코의 모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녀이다.

그래서 숙진에 빠져서는 목욕을 같이 든다거나, 자기 전에 당신의 얼굴이 떠오르기나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숙진을 정신 병원에 넣어서는 백작에 숙진가 불쌍하지 않을까 하는데, 히데코와 백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히데코가 더 나쁜 것 같기도 합니다.

2부를 보면, 백작, 히데코, 자신의 이익 때문에 거래하기로 했죠. 백작이 협박하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싫어도 그것이 좋으니까 히데코도 그러기를 선택했죠. 그런데 백작이 그렇게 싫었는지 결국 배신하고 다 빼앗은 뒤 고즈키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도 백작은 히데코를 자신의 아내라 해서 나름대로 의리를 지킨다). 영화를 볼 때는 그런 결말이 통쾌했는데 지금 보니까 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싱게츠는 숙모를 학대하고 살인까지 하며 어릴 적부터 몹시 자신을 괴롭힌 데다 앞으로도 괴롭힐 예정이었습니다.

만약 단 한명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백작보다 코즈키 쪽이 우선이잖아요?

마음을 열정말 한쪽에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백작이 도움을 안 주면, 히데코는 자신의 재산을 되찾는 것도, 고즈키에서 살아 탈출하지도 못했지. 그래서 백작을 반드시 죽이려면 어차피 아편을 먹는 김에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쓰고 마지막을 비교적 편안할 수도 있었습니다(백작이 사기꾼이니까 히데코에 가짜 아편을 주기도 했는데 진짜를 줬네요). 그런데 어떤 꼴이 되는지 알면서 굳이”선물”이라고까지 말하고 사람을 시켜코즈키에 보내다니…

3. 기타

  •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아가씨에게는 좋은 남자 등장인물이 없어요. 카미즈키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살인 등… 말할 것도 없이 백작은 여자는 억지관계로 극상의 쾌락을 맛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기꾼이고 그 밖에 히데코가 만나는 남자는 낭독회에 오는 변태들뿐입니다.

    숙희가 지냈던 도둑집단은 ‘구가’라는 남자가 한 명 있는데, 서류를 위조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듬는 야한 농담과 욕을 하는 것 말고는 또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숙희랑 특별히 교류가 있는것도 아니에요.
  • 긍정적인 교류는 여성 등장인물하고만 있어요. 숙희에게는 “남자들이 가랑이를 벌리고 살지 않게 해달라” 귀한 것은 모두 복순 씨에게 남겨두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그 뜻대로 숙희를 키워준 복순 씨가 있습니다.

    덕분에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숙희는 복순이가 전한 어머니의 유언과 다름없는 말을 나중에 히데코에게 해주기도 합니다.

    (아가씨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을 겁니다.

    너를 낳고 죽을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히데코는 그래도 숙모님과 가까웠지만 숙모가 상월의 손에 돌아가신 후에는 긍정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침내 진심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게 바로 희생양이 되어 데려온 숙희였습니다.

  • 백작, 히데코, 숙희가 왜 그렇게까지 연기를 하는지, 아니면 상대를 속이기 위해 연기 중인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반응할까 싶을 때가 있었어요. 덕분에 영화 볼 때 반전을 전혀 눈치 못 챘는데 끝이 자꾸 자기가 숙희 대신 신월댁에 하녀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미안해서인지 돈을 벌고 싶어서인지 혼란스럽습니다.

    백작이 보수를 말한 후에 자기가 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돈 때문인 것 같지만 숙희가 떠나는 날을 보면 욕심 때문에 경쟁하는 사이라고 하기엔 착해요. 끝이 어리기 때문에 숙희가 이해해 줄까 하는데, 사실 끝이 나이로 따지면 언니예요.
  • 백작과 신월의 시신은 사사키 부인이 발견하게 될까요? 진즈키가 일본인(히데코의 숙모)과 결혼하려다 이혼한 전처이지만 여전히 잠들어 있다는 그 사사키 부인입니다.

    사사키 부인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아주머니와 히데코가 만날 때 좋아하는 걸 보면 이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혼 후에도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아즈키도 사사키 부인을 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백작은 자기가 적절한 신호만 보내면 사사키 부인이 속옷을 입지 않고 방문을 두드릴 거라고 예상했고,진즈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음… 두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사키 부인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또, 신월의 유산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만약 사사키 부인이 그 저택을 포함한 유산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사사키 부인과 신월 사이에 아이가 없는 것인지,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책 내용 요약 : 두 여자의 탈출기 – 이런 분 추천 : 영화 아가씨를 좋아하는 사람, 시나리오에 관심있는 사람,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 정서경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 + 영화 아가씨 관련 잡담제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암살입니다.

    영화도 예술도 잘 모르지만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백화점이나 강인국 가게 등도 예뻐서 좋아합니다.

    물론 스토리도 대사도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아가씨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아가씨이자 신월이었던 조진은, 백작이었던 하정우, 사사키 부인이었던 김혜숙 씨가 암살에도 나섭니다.

암살에도 조진능 씨랑 하정우 씨가 싸워요. 특히 조진웅을 생각하면 재미있는데, 블라인드 시사회(무슨 영화인지 모르게 미개봉 영화를 보여준다)에 가서 조진웅씨가 출연한 대장 김창수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조진능 씨가 김구였거든요. 또한 암살 당시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런데 아가씨에서는 일본인이 되고 싶어서 안달복달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 외에 하정우 씨랑 조진웅 씨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 얘기도 하고 싶은데. 생략하는 게 맞겠죠?

딸도 암살도 일제 강점기가 배경입니다.

그리고 두 분 다 류성희 미술감독님의 작품이에요!
암살도 예뻤지만 아가씨에게는 저택 장면이 훨씬 많아서 눈이 정말 즐거웠어요. 하나하나 다 따라 그려보고 싶어요

아가씨 이전에 제가 본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극본 정서경·박창욱)뿐이었어요. 안면홍조가 심해서 ‘미스 홍당무’도 봤는데 미스 홍당무를 쓰신 세 분 중 한 분이 박찬욱 감독님이래요.

박찬욱 감독님의 유명한 영화들이 많은데 그런 영화들을 하나도 안 본 이유는 다들 무섭기 때문이에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도 조금 무서웠어요(지난번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혼자서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고 견딜 수 있는 건 암살 정도예요. 근데 아가씨는 무서운 게 안 나올 때도 귀신이 나오는 것처럼 으스스해요. 그래서 딸아이가 그렇게 예뻤다고 기억하면서도 다시 만날 마음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앞으로도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보는 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다음 작품은 멜로라고 하는데 정말 멜로일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히 용기가 필요해서 본 후에는 김민희 씨가 출연한 화차를 보았을 때처럼 잠시 생각이 나서 무서울 테니까요. 하지만 방 맨 앞에서도 차이나 클래스에서도 정서경 작가님이 재미있었고, 아가씨 시나리오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TV에 출연하거나 책을 쓰거나 다른 시나리오가 나오면 (영상보다 덜 무서우니까) 다시 보게 될 거예요.

그리고 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암살 시나리오가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