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2스타 아라프리마의 수셰프를 오래 지낸 이상철 셰프가 일식집(?) 이자카야(?) 슈토와 함께 문을 연 재패니즈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내세우면서 올 초 문을 열었습니다.
이상철 셰프는 이 날 예전에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아라프리마 시절에 트러플 발주를 담당해 저와 카카오톡을 긴밀히(?) 나누던 사이였고, 시오를 오픈하고 나서도 겨울 메뉴에는 트러플이 들어있고 (지금은 빠졌지만) 랜선에서는 꽤 친근한 느낌의 그런 분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언젠가 한번 가보려고 했던 참입니다.
이것저것 같이 갈 사람도 없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친한 동생한테 밥 사주고 해서 여기로 잡았어요.네이버에서 쉽게 예약을 하실 수 있기에 네이버 예약을 이용하셨습니다.
사실 매니저님이라고 초대 DM이 왔는데 그런건 대답을 안하는 주의라서…제가 몇 십만원 없어서 밥 얻어먹고 그렇게 살지 않아요~
물론 다른 사람이 사주면 잘 먹겠네~
사실 저도 여기 직접 와본 적은 처음이라 몰랐는데 공간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1층이 시오, 2층은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느낌이고, 주차 공간도 꽤 있고, 잘하면 테라스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시오(Sioraffino)는 일본어 소금, 그리고 이탈리아어로 일류라는 뜻의 Sioraffino에서 중의적으로 따왔다고 합니다.
그러면 눈이 좋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봐서 점심을 드시는지 몰랐는데 점심 영업도 하고 점심, 저녁 다 단일 코스로 운영이 됩니다.
런치 코스는 4.3만원, 디너는 8.8만원으로, 최근의 일류 요리점에 비해 저렴한 느낌입니다.
요즘 이탈리안 요리는 파스타 한 접시 4~5만원, 심지어 7만원 이상 하는 것도 대부분이니까.(물론 그만큼의 재료가 적힌 곳도 있지만)
메뉴는 이렇습니다.
음식 가격을 코스 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9개 코스의 가격은 딱 봐도 굉장히 좋아 보이고 아직 성능을 확인하지 못해 가성비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용된 재료를 떠나도 매우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룸도 하나 있고 테이블 좌석도 있는데, 메인은 카운터 석으로 보이며, 두 분은 카운터 석만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분이 이상철 셰프~일본의 여러 곳에서 경력을 쌓았고 알라 프리마에 오래 있었습니다.
실제로 만난건 이날이 처음이네요.
그 외에도 여러 셰프님들이 계시는데 모두 젊고 활기차고 에너지가 아주 좋았습니다.
덕분에 이런 일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꽤 유쾌하게 대화하면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빠스닛뿌
첫 번째 요리는 퍼스닙이라고 하는 야채로 만든 걸쭉한 수프입니다.
안에는 초리소가 들어있고 위에는 크레송과 육두구가루로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무난한 시작이었다는 느낌이에요
참돔
다음에는 숙성한 도미가 나왔습니다.
참돔에 토마토 소스와 자몽, 그리고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깔고 위에는 샬롯과 펜넬, 송이잎, 땅두릅 등 다양한 야채를 얹고 옆에는 가다랑어 젤리를 곁들였습니다.
한 접시 위에 많은 재료가 담겨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심플한 것이 좋습니다만, 여러 가지 재료의 맛은 물론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들 재료가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실제로 도미 맛도 별로 생각나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햇양파
다음은 이런 찜요리입니다.
일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란찜이지만, 양파를 넣어 독특한 맛을 살려 로즈마리 오일을 위에 뿌리거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트로 콘소메를 갈았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여기에서 관자놀이와 캐비어가 조연처럼 익숙하면서도 약간의 킥이 들어간 계란찜이 완성된 것이 좋았습니다.
전복
다음은 전복요리입니다.
이걸보고누가전복이라고생각할까요?
밑에는 감자 퓨레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비트 피클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야채가 올라가 있고, 차빌, 피스타치오와 노른자와 흰자 등을 뿌렸습니다.
여기에 사이드로는 산초와 비트파우더까지!
!
이쪽도 사실 전복 맛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만들어진 접시였지만 광어보다는 그래도 재료를 같이 먹었을 때 시너지가 조금 강한 편이었습니다.
굳이 그런 의식 없이 부분적으로 먹어도 되는 접시였어요~
머위 사탕이랑 슈가피가 들어간 리조또였어요리조또는 중간에 들어 있어 맛도 식감도 복잡하고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슈가피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지만 스페인에서는 봄 이맘때가 되면 다양한 콩이 나옵니다.
특히 달콤한 맛이 나는 콩을 오징어 등의 해산물과 많이 먹기도 합니다.
그 콩이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슈가피가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조금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토양과 기르는 방법 등의 차이인지, 근본적인 씨앗에서 조금 차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다른 품종 같지만 같다는 분도 계셔서…아무튼…
삼치
생선요리는 삼치가 나왔어요훈제 느낌이 나는 삼치
살짝 우려낸 삼치 밑에는 쑥과 화이트 식초로 만든 소스가 깔려있어요 그리고 참마를 그 위에 올려놓고 삼치를 다시 얹은 다음 그 위에 각종 허브와 유채꽃 등으로 마무리했어요.
이 플레이트도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나오지만 8.8만원으로 이런 요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요.
고기는 한우와 이베리코 돼지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특이하게 예약하실 때 미리 들었던 거예요~그래서 하나씩 고르시고, 한우는 15,000원 정도 추가금이 붙었습니다.
한우 채끝등심
한우 채끝등심 위에는 매실드레싱 세잎나물이 얹혀지고 옆에는 당근 퓨레와 버섯 퓨레, 그리고 사워크라우트를 곁들였습니다.
고기는 비교적 저렴했고 매실장아찌 소스 세잎 나물도 맛있었습니다.
다만 고기하고 세발 나물이 그렇게 잘 맞는지, 또 거기에 퓨레까지 같이 먹었을 때도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베리코 돼지
추가금이 없는 기본메인은 이베리코돼지입니다.
바싹 익힌 돼지에 레드와인과 돼지뼈를 갈아서 만든 소스, 그리고 콜리플라워 소스를 곁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돼지도 참 맛있게 먹었어요
가지, 대파
어제토크토크포스팅과유튜브에도얘기했지만메인고기뒤에탄수화물이나오는것은한국과일본의마지막식사문화를염두에둔배치라고보여집니다.
생선에 고기까지 다 드신 후 화려하고 푸짐한 파스타보다는 기본적이고 간단한 재료로 만든 파스타를 선보였습니다.
그래도 킥을 놓치지 않았는데
가지와 대파라는 재료도 파스타에 흔한 재료는 아니지만, 반투명하고 눈에 보일 정도의 갈치를 넣고 있습니다.
시치는 봄에 적게 나오는 작은 생선으로 뱅어를 만드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 자세히 보면 사네하루의 눈이 보이므로 주의~
프로마쥬 블랑 딸기
이제 디저트 타임!
디저트도 바포 앞에서 플레이팅해서 내놓는데, 한 접시에 많은 맛이 담겼습니다.
보통 이런 레스토랑 특히 이 정도 가격으로는 디저트가 간소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까지 신경을 썼네요..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음식을 기반으로 일본의 터치를 더해 감각적인 재패니즈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보이고 있는데, 막 만들어진 레스토랑이라 하기에는 매우 완성도도 높은 편이며 무엇보다 8.8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이렇게 손이 많이 가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셰프와 주방팀의 노력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냥 두 가지 정도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으면
첫 번째, 하나의 요리에 너무 많은 맛과 재료를 넣으려고 하면 맛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전달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같이 먹었을 때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 너무 복잡하면 오히려 감동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년 가까이 이렇게 먹으면서 여러 셰프와 식당의 성장을 지켜봤는데 결국엔 뭘 더하는 것에서 시작해 어느 순간부터 (더 어려운) 줄이는 걸 다들 하더라고요.저는 술에서도 늘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전통주의 흔적을 전할 때) 진짜 명품으로 취급되는 술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복합적인 맛을 내는 술이 아닌 가장 단순한 재료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맛을 내는 술이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는셰프에게할이야기는아니지만항상가게의입장에서이가게가오픈했다는것을알려야하기때문에홍보에많은고민을해야합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오는 식당이 아닌 후에는 무조건 N 수를 늘리는 이른바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을 부른다고 해서 식당 영업에 (특히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경우를 의외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파인 다이닝의 경우 어떤 사람이나 그룹에서 리뷰가 많은 경우, 그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범위 내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인상을 받아 방문을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저도 올 때까지 고민이 필요했던…
더 많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여기까지..
‘어쨌든 좀 새롭고 또 합리적인 가격대의 좋은 레스토랑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 좋게 먹었어요’. 젊은 셰프님들의 에너지도 너무 좋았고…
조만간에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네요.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54길 33 주소 : 서울 강남구 논현동 101-4 전화번호 : 02-6013-5110 운영시간 : 12:00~14:30, 18:00~22:00 홈페이지 : https://www.instagram.com/siio_official/